가족

면회 가는 날

솔뫼정원 2006. 2. 23. 17:38

 

[2003.3.29(토요일)]

내일은 일요일이지만
사무실에 나가야 할 일이 있어
대전에 내려가지 않고
아들 진희(眞熙)에게 면회를 가기 위해
아내가 대전에서 상경하였습니다.

일산 부근 백마부대에서 근무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남자란 고생도 겪어 보면서 조금 거칠게 커 봐야
나중에 사회의 거친 환경에 적응하기 쉽다는 나의 생각에 따라
어려서 부터 유난히 겁도 많고 물러 터진
녀석을 단련 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던 터라
나는 그동안 한번도 면회를 가지 않았었답니다.

1군 하사관학교를 거쳐 양구에 있는 산악부대에서 근무하였던
나의 힘들었던 군생활에 비할바 아니라는 생각에서였고
군대의 근무 여건이 좋아져서인지 몇개월만에 한번씩 오는 휴가와
일주일에 두세번씩 오는 전화를 통해 녀석의 안부를
쉽게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지만
新兵으로 엄마 아빠가 보고 싶은 때도 아니고
末年 병장으로 제 나름대로의 추산으로 칠십 며칠 밖에 남지 않은
아들 면회 가는 사람은 우리 부부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하며
종로3가에서 일산선 전철로 갈아타고 갔습니다.

지난 '96년 1월 26일 개통식을 가졌던 일산선을 타고 가며
추위에 떨며 개통식 준비를 하고 고생하던 정발산역을 지날 땐
당시의 생각이 나서 감회가 새롭기도 하였지요.
(준공식날 대통령 표창을 받고 당시의 김영삼 대통령과 악수를 했으니까요.)

일산선의 끝역 대화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찾아간 진희의 부대는
일산 신도시의 끝자락으로부터
1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山野는 푸른 빛이 돌고 있었지만
아직은 쌀쌀한 바람이 자꾸만 옷깃을 파고들었고
흐린 날씨 땜에 햇빛이 차단된 병영은 잘 정돈되어 있었지만
간간히 운동하는 장병들의 소리만 들릴 뿐
춥고 고즈넉해 보이는 토요일의 오후였습니다.

면회를 신청하고 한참을 기다린 끝에
외출용 군복으로 갈아 입고 달려 오는 띨띨한(?)
아들을 만나 볼 수 있었지요.

우리가 찾아 올지 어쩔지 몰라
미리 외박 신청을 해두지 않았기 때문에 외박은 되지 않아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아빠의 첫 면회는
싱겁게 두시간으로 끝이 났습니다.

부대원들 주려고 사간 딸기와 바나나를 안겨 들여보내기까지
얘기다운 얘기 나눌새도 없이 전화한다 친구부른다 하며
방울소리(?) 나게 들랑거리는 녀석의 표정을 보자니
무료한 토요일의 오후에 찾아와 준 엄마와 아빠가
내심으로 반갑기는 반가운 모양이더라구요.

이제 다 자라서 필요한 때에 용돈만 주면 될줄 알았던 아들에게
아직도 부모를 의지하고 기다리는 구석이 남아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며 왠지 가슴이 뿌듯해 짐을 느꼈습니다.

그래요. 세상의 모든 일들이
이토록 조그만 사랑속에서 이어져 가는 거겠죠.
사랑이 머무는곳에
믿음도 행복도 함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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