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겨울 아침엔 구수한 된장 냄새가 그립다

솔뫼정원 2006. 2. 22. 21:38

 

[2002.12.13]

이른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 서울역을 나서다
어디에선가 퍼져 오는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를 맡았습니다.

반은 밀폐된 지하철 공간에서 생활하는
역 직원들이 끓이는 아침이겠지만
장소가 서울을 대표하는 지하철 역이기에
외국인들이 싫어하고 냄새가 오래가는
된장을 끓인다는 것은
약간 상식에 벗어나는 일이 아닐까 생각은 하면서도
우리의 정서에는 그래도
된장이 들어가는 음식이 좋은 것인지
몇 번씩이나 코를 벌름거려
냄새를 느껴보고자 했답니다.

특히 오늘처럼 바람이 불고 추운 겨울 날
아내가 챙겨 주지 않는 아침을 들고 나오는
객지에 선 남자들에게 있어선
구수한 된장찌개의 냄새가
미각을 돋구지 않는 경우란 없을 것 같군요.

흔히 주말에 집에 갈 때면
일주일 동안 혼자 지낸 날들을 걱정한 아내는
항상 몇 시간 이상 뼈를 푹 고은 사골국을 주거나
고기가 들어간 영양가 높은 음식을
내어 놓기 일쑤이고 우리가 좋아하는
간단한 된장찌개나 김치찌개를 마련 한다는 것은
아마 자신의 성의가 부족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젊었을 때는 음식에 대한 타박도 가끔 했으나
지금은 아내가 주는대로 맛있게 잘 먹는 까닭은
肝이 작아져서가 아니라
나이 오십이 넘으면서 하나 둘
반려자를 잃어가는 사람들이 생기는 걸 보고
그저 아내가 함께 있음에 항상 감사하며
다 자란 아이들이 자꾸만 사이를 벌려 가며
우리의 곁을 떠나려 날개짓 하는 것을 피부로 느끼면서
아내에게 급격히 기울어 감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 아닐까 합니다.

묵은 된장이 깊은 맛을 내듯이
온갖 어려움과 힘들었던 시간들을 넘어
오래 함께 살아오며 잊혀진듯 묵묵히 가족의 중심에 서 온
아내에게 오늘은
"진정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거기 누구 없소? 사랑한다는 내 이 말, 아내에게 전해 줄 이"

그리고
오늘 점심은 특별히
구수한 된장찌개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에 가서 먹어야겠습니다.
아내를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