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눈꽃열차'여행

솔뫼정원 2006. 3. 22. 17:24

 

   [2006년 1월 18일]

 




해마다 겨울이 오면

철도 수입증대에 효자 노릇을 하는 여행상품

'눈꽃열차'가 탄생한지도 꽤 되어 가는것 같습니다.

 

몇 년전 철도 경영개선의 일환으로

직원들의 아이디어 상품중 하나로 시작된

이 환상적인 '눈꽃열차'는

처음에는 태백선과 영동선을 돌아 중앙선을 한 바퀴 도는

'環狀線 눈꽃열차'로 운행을 시작 했던 걸로 생각이 납니다.

 

눈이 많이 내리지 않는 해에는

별로 인기를 누리지 못하지만

올해처럼 눈이 많이 내린 해에는

인기가 좋아 겨우내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 같은 예감이 드는군요.

 



태백산맥 곳곳에 활짝 핀 雪花도 구경하고

나무들마다 잔뜩 무거운 눈을 머리 위에 이고 있는

순백의 환상적인 풍경을 감상하며

느리게 달리는 기차 안에서 탄성을 지를

많은 사람들의 밝은 얼굴을 떠 올려 봅니다.

 

오늘 아침 우리 집에도

'눈꽃 열차' 바람이 불었습니다.

아내가 나가고 있는 '노래교실'에서 단체로 '눈꽃열차'여행을 간다고

새벽 일찍 일어나 설치고 떠나는 통에

아침은 아들 녀석과 둘이서 찌개와 밥을 데워 먹고 출근 했거든요.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아내라는 직함을 가진 여성들의 자리는 너무 큰것 같아요.

아내가 혹 아파 입원하거나 장기간 여행으로 집을 떠나고 나면

단 하루만 지나도 집안의 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오랫만에 짐을 벗고 홀가분하게 떠나는 여행 길

오늘만은 아내가 집안 일 잊고 편한 마음으로 다녀오기를 빌어 봅니다만

어쩌면 지금쯤 이 사람은

하얀 눈 덮힌 산들을 보면서

두고 온 집과 가족생각을  하고 있을것만 같습니다.



눈 위를 뛰놀다 놀라 바라보는 저 고라니들의

순박한 눈동자 속에서

집에 두고 온 애완 토끼 '라카'를 생각하고

아들을 생각하고

외국에 나간 딸을 생각하고

그리고

남편이란 이름의 한 남자를 생각할 것입니다.

 

아내가 기차를 타고 한참 달려가고 있을 즈음에

문자 메세지를 보냈습니다.

"기차 잘 탔어?..아름다운 눈꽃열차 여행 같이가려했더니 그대가 먼저 떠나네...

오랫만에 떠나는 길이니 예쁜 눈꽃 구경 실컷 하고와...***!"

 

맨 끝의 ***은 무슨 말인지 아시죠?....^^

 

이렇게

자칫 밋밋할뻔한

겨울속의 하루 아침을

사랑으로 시작합니다....좋은 하루들 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