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채울 수 없는 아내의 빈 자리

솔뫼정원 2006. 3. 15. 14:17

 

[2004년 8월 17일]

 

*****채울 수 없는 아내의 빈 자리*****


글을 쓴다는것이 두려운 것은
내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충실하게 옮겨 적을 수 없을 때 느끼는
일종의 불안감 때문일른지도 모릅니다.

중학교 때부터 거의 매일 써 오던 일기도
어느 순간에서부터인가 덮어 버렸고
가끔씩 삶을 살아 가면서 그때그때 느끼는 생각들을
짧게 적어두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보일만한 글솜씨가 못되기에
그저 내 마음의 노트에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올여름 휴가기간 동안
아내가 아파 병원에 입원하면서
그동안 가정이란 울타리 안에서 이루어지던
나의 일상적인 조그만 행복은
잠시 그 축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서울에 떠나있는 아들 녀석이야
학교 때문에 어쩔 수 없으니 제껴 두고
대전에 같이 살고 있는 딸도
엄마가 입원하면서는 보호자로 병원에 가 살고있어

모두가 함께 생활할 땐
느끼지 못했던 외로움과 고단함이
모처럼 제 자리를 찾은듯 다정한 모습으로 다가와
내 앞에 멈추어 서 있습니다.

하루 해가 기울어 집에 돌아가면
한동안 나와는 먼 일인듯 잊고 살아 왔던
빨래를 하고 나 홀로 밥을 챙겨 먹은지 며칠이 지났습니다.

냉장고에서 더듬더듬 반찬을 찾아 아침을 먹을 땐
식탁 위에 놓여 있는 임자 잃은 아내의 약봉지며 여러가지 건강식품들을 보며
평상시 너무 약에 의지한다고 핀잔만 주던
나의 잔소리가 생각나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곤 합니다

밥을 많이 먹든 약을 많이 먹든 아내가
며칠내에 자리를 털고 다시 돌아 올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고 감사합니다.
어서 나아 집으로 돌아 오기를 마음속으로 빌며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아내의 빈 자리
그녀가 차지하고 있던 가정에서의 소중한 가중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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